직장인이 되어 하는 배낭여행과 대학생때 하던 여행여행은 다른 점이 많은 것 같다. 들어가는 음식점, 교통수단, 숙소 등등.
대부분 업그레이드인데 마음가짐은 다운그레이드다. 없는 돈, 시간 쪼개며 번 돈으로 여행 다닐 때에는 하나라도 더 봐야지 하는 마음에 여러도시 발도장만 찍으면서 다니고 새벽부터 일정 짜서 빡빡하게 다녔는데 지금은 여유 그 자체다.
늦잠좀 자다가 호텔에서 주는 아침 먹고 (가끔은 아니지만) 느긋하게 씻고 점심시간이 다가와서야 밖으로 나간다.
오늘도 마찬가지. 호텔에서 나와 대영박물관으로 향했는데 점심시간이다.
대영박물관 근처 Museum Street 에는 식당이 많았다. 한국 식당도 보였지만 어제도 한식을 먹었으니 오늘은 영국 음식을 먹어보고자 그나마 영국음식이라 할 수 있는 Fish and Chips를 선택했다. 학부시절 뉴질랜드 어학연수 할 때 홈스테이 가족이 사주었던 감질맛 나는 피쉬 앤 칩스를 기대하며......
하지만 내가 먹은 Fish and Chips는 백화점 식품코너에 피쉬 앤 칩스와 똑같았다.
더불어 시킨 까르보나라는 우리나라의 것과 전혀 달랐다. 소스라고는 찾아 볼 수 없었고 오일에 면을 볶고 치즈를 뿌린 것 같았다.
신기한것은 맛있지 않다고 생각했음에도 불구하고 주문한 음식을 다 먹었다는 것이다.
박물관을 찾는 일은 쉬웠다. 그냥 사람들이 많이 있는 쪽으로 가니 보였다.
박물관 입구는 그리스의 신전을 따라 한 것 같았다. '따라했다'라는 표현이 너무 직설적일 수도 있지만 사실인 것 같다. 유럽문화의 정수는 파리 인 것 같은데 뿌리는 고대 그리스 로마에 두고 있는 느낌이다. 물론 아직 아테네와 로마에 가보지 않아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독일, 영국의 가이드를 보면 프랑스의 ~을 따라 지었다. 그리스의 ~신전을 모방했다. 는 표현을 많이 보았다.
대영박물관이라는 번역을 누가 한 지는 모르겠으나 '영국 박물관'이라고 하면 될 것을 굳이 '대영'이라고 한 까닭이 궁금하다. 영어로도 The British Museum인것을...
여튼 대영박물관에서 가장 유명한 것 중에 하나인 로제타 스톤이 관람 동선 초반에 들어왔다.
로제타 스톤은 세 종류의 문자로 되어있고 가장 아래 부분에는 고대 그리스에서 사용했던 문자가 있어 상포리옹이라는 천재적 언어학자가 해독을 했다고 한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글자가 엄청 빽빽하고 작게 적혀 있었다는 것 ( 루브르의 함무라비 법전처럼), 그리고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것은 전체 비석의 깨어진 아주 일부라는 사실이다.
<문자1>
<문자2>
문자3
나에게는 문자로 인식되지 않는다. 아마 안내가 없었더라면 단순한 문양으로 생각했을 수도 있다.
람세스 2세의 석상 가슴에는 큰 구멍이 뚫려 있었다. 프랑스 군이 운반을 위해 뚫은 것이라고 하는데 진짜 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집트에서 가지고 온 벽화들이 많았는데 이집트 문명의 우수성을 영국에서 확인한다는 것이 참 묘했다. 놀라웠던 것은 벽화의 예술성보다는 벽화에 나타난 이집트 문명의 모습인데 수레, 마차, 말 장식, 의복 등 얼마나 발달된 문명인지를 그 무엇보다도 잘 말해주고 있었다.
석상이며, 벽화, 도자기, 작은 장식품 하나하나 빼놓지 않고 유럽으로 가지고 온 것도 기가 막힌노릇인데 미라를 보니 정말 기가 막혔다. 남의 관을 열어 시신을 가지고 온 것을 자랑스럽게 전시하다니...... 좀 뻔뻔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남의 보물 훔쳐와서 꽁꽁 숨켜놓고 자신들만 보겠다고 하는게 더 나쁘겠지만 반환 요구에도 응하지 않고 전리품을 자랑스럽게 전시하는 것을 보니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리스 관에는 정말 이게 왜 아테네에 있지 않고 영국에 있을까? 하는 것들 투성이었다.
파르테논 신전을 장식하고 있어야 하는 조각들.
대영박물관은 실내 공간을 파르테논 신전처럼 꾸며놓고 조각품을 전시해 놓았다.
.
신전 기둥위에 삼각형 모양으로 올라 앉아 있어야할 그리스 신들.
박물관 천장을 통해 하늘을 본 뒤 박물관을 떠났다.
영국의 것은 별로 없는 영국 박물관. 그래서 성당 하나를 들어가도 몇만원씩 받는 런던에서 공짜로 들여보내 주나보다.
오늘 저녁에는 영궁에서 내가 제일 기대하는 뮤지컬 관람을 하는날이다. West End에서 뮤지컬을 보다니!
무엇을 볼까 생각하다가 그냥 유명한 것을 보자는 마음에 오페라의 유령을 하기로 했다. 한국에서 미리 예약(ohshow홈페이지 이용)을 해 두었기 때문에 극장에 가서 티켓을 먼저 찾아 두기로 했다.
Her Majesty's Theatre은 오페라의 유령이 초연된 곳이다. 그래서 이곳에서 보는 오페라의 유령이 더 의미 있는 것 같다.
티켓 박스에서 내 이름을 대니 티켓을 주었다. prepaid를 위한 티켓부스가 있어서 왠지 대접받는 느낌이 들고 편리했다. 티넷을 찾고도 공연시간이 좀 남아 든든하게 배를 채우기로 했다. 점심에 먹은 피쉬엔 칩스와 국물 없는 까르보나라를 달래주기 위한 메뉴를 찾아야했다.
메뉴는 한식! 마침 극장 주변에 Yori라는 한식당이 있었다. 구글 평점이 4점 이상이라 바로 선택했는데 매우 만족이다. 반찬도 기본으로 세팅해 주고 물도 주었다.(수돗물일 수 있지만...)
나는 식당 다녀온 후기는 못남기겠다. 수저를 들고싶어 사진을 제대로 찍지 못한다. 핸드폰으로 대충찍었는데 다 흔들리고 초점이 안맞는것 같다. 그만큼 맛있어 보인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겠다.
돼지고기에 두부가 들어간 김치찌개가 제일 마음에 들었다.
이 식당에는 고기를 구워먹을 수 있는 불판도 있고 나름 합리적인 가격에 팔았는데 시간이 없어서 못먹어봤다.
적당히 현지화 된 한국식당인 것 같다.
식사를 마치고 다시 극장으로 갔다. 사람들이 줄을 많이 서 있었는데 당일 표를 구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기회는 공연 시작 전밖에 없는 것 같다. 공연 중, 공연 중간 쉬는시간에 일절 사진을 찍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공연장의 규모는 생각보다 크지 않았지만 천장이 굉장히 높았다. 객석의 층이 완전히 구분이 되었다. 내가 예매한 좌석은 Stalls에서 가장 비싼 것이었는데 매우 만족스러웠다.
가장 좋은 자리는 2층 맨 앞줄인 것 같았지만 얼마나 일찍 예매해야하는지는 알 수 없다.
공연은 좋았다. 비록 짧은 영어 실력탓에 못알아 듣는 표현이 많았지만 중학교때인가 한국 극장에서 오페라의 유령을 본적이 있어 이해에 도움이 되었다. 비록 영화상영중에 입벌리고 의자 뒤에 고개 젖힌 채 잠시 꿀잠을 잔 기억이 있지만 그래도 분명 무언가 기억에 남았다.
문화공연에 문외한인 한국에서도 뮤지컬이나 영화를 그닥 즐겨보지 않지만 분명 오늘 내가 본 뮤지컬은 다른 점이 있었다. 바로 음악을 라이브로 연주한다는 것! 무대 아래 작은 오케스트라와 지휘자가 있고 연주를 하고 있다.
공연이 끝나고 다가가 보니 계속 연주를 하고 있었고 남은 관중들에게 박수갈채를 끌어냈다.
와우!
설마설마 했던 것이 사실이었구나. 2층 앞줄이나 목을 위로 치켜들어야 하는 1층 앞줄에 앉았더라면 공연과 함께 연주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을 것 같다.
공연을 보고나오니 웨스트엔드는 공연을 보고 나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아마 유럽에서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북적이는 곳은 별로 없을 것 같다.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는 Tower Bridge와 London Tower근처에 내려 야경을 둘러보기로 하였다. 호텔에서 별로 멀지 않아 구경하고 걸어 돌아갈 수 있었다.
야경은 예뻤다. 그러나 내가 원하는 장면을 카메라에 담을 수 없었다. 나무는 보이지만 숲은 안보인다고 할까? 내일이나 모레 템스강변에서 다시 찍어야겠다.
굵직한 것을 본 하루.
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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